지식재산처가 2025년 10월 도입한 수출기업 초고속 심사 제도를 정리합니다. 특허·실용신안 1개월, 상표 30일 이내 1차 심사결과의 요건, 2026년 확대 내용, 우선심사와의 차이, 그리고 빠른 심사에서 오히려 손해 보지 않기 위한 출원 준비법을 실무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들어가며 — “등록증이 있어야 계약이 됩니다”
해외 바이어와의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상대가 “한국 특허 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합니다. 출원은 했지만 심사 대기 중이고, 통상의 심사 순서대로라면 결과는 1년 뒤에나 나옵니다. 수출기업 상담에서 반복되는 장면입니다.
2025년 10월 15일, 지식재산처(舊 특허청)는 이 장면을 겨냥한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수출기업의 특허·실용신안 출원에 대해 1개월 이내, 상표 출원에 대해 30일 이내에 1차 심사결과를 제공하는 초고속 심사입니다. 기존 우선심사보다 심사 기간을 대폭 줄인 제도이고, 2025년에는 분야별 500건 시범 운영이었으나 2026년부터 연 4,000건(특허·실용신안 2,000건, 상표 2,000건)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 칼럼은 초고속 심사가 무엇이고 누가 쓸 수 있는지, 우선심사와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빠른 심사를 신청하기 전에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합니다. 마지막 부분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빠른 심사는 준비된 출원에게는 무기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출원에게는 거절이유통지가 한 달 만에 도착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1. 제도의 골격 — 무엇이 얼마나 빨라지는가
한국의 일반 심사는 심사청구 순서에 따라 진행되며, 2026년 특허심사 처리계획에서 전체 평균 심사 대기기간 목표를 14개월로 잡았습니다(전년 14.7개월). 우선심사는 이를 수개월로 줄여 주는 제도이고, 초고속 심사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빠른 “1개월 트랙”입니다.
대상은 수출기업의 출원입니다. 특허·실용신안은 신청일로부터 1개월 이내, 상표는 30일 이내에 1차 심사결과(등록결정 또는 거절이유통지)를 받습니다. 2026년 처리계획에서는 수출 촉진 분야에 대해 출원인당 신청 건수 제한을 폐지했습니다. 지난해 시범 운영에서 건수 제한 때문에 신청을 포기한 기업이 많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계획에서 첨단기술 초고속 심사도 확대되었고, 우선심사 대상에는 피지컬 AI(로보틱스)와 합성생물학 등 바이오 기술이 새로 편입되었습니다.
신청 요건과 증빙 서류(수출 실적 또는 수출 계약 관련 자료 등)는 지식재산처 고시로 정해지며, 연도별로 조정되므로 신청 직전에 특허로와 지식재산처 공고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칼럼에서는 제도의 구조와 전략에 집중하겠습니다.
2. 우선심사와 무엇이 다른가
기업 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혼동하는 지점입니다. 세 가지 축으로 구분하면 명확합니다.
속도. 우선심사는 통상 신청 후 수개월 안에 1차 결과가 나오는 반면, 초고속 심사는 1개월(상표 30일)입니다.
대상. 우선심사는 대상이 넓습니다. 벤처기업·중소기업의 출원, 녹색기술, 첨단기술, 제3자가 실시 중인 발명 등 특허법 제61조와 관련 고시가 정한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초고속 심사는 수출기업(그리고 별도 트랙으로 첨단기술)에 한정된 좁은 제도입니다.
후속 절차. 2026년 처리계획은 우선심사 건에 대해 출원인 의견 검토 기한을 4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하고, 보정안 리뷰와 재심사 면담 횟수 제한을 완화했습니다. 즉 빠른 트랙에서는 심사관만 빨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출원인도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정리하면, 초고속 심사는 “우선심사의 상위 버전”이라기보다 수출 일정이라는 특정 목적을 위한 별도 트랙입니다. 수출 계약이 없는 스타트업이라면 여전히 우선심사가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3. 빠른 심사의 함정 — 한 달 뒤에 오는 것은 등록결정만이 아니다.
여기서부터가 실무의 핵심입니다. 초고속 심사에서 한 달 안에 도착하는 것은 “심사결과”이지 “등록결정”이 아닙니다. 명세서와 청구항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출원이라면, 한 달 만에 거절이유통지를 받게 됩니다.
일반 심사에서 거절이유통지는 출원 후 1년 이상 지나서 옵니다. 그 사이에 시장 상황을 보고, 경쟁사 제품을 확인하고, 청구항을 어느 방향으로 보정할지 여유 있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초고속 심사에서는 그 여유가 없습니다. 출원 시점의 청구항이 곧 심사받는 청구항이고, 거절이유에 대응할 시간도 짧습니다.
법원에서 기술심리관으로 사건을 검토하면서 반복해서 본 장면이 있습니다. 급하게 출원해 급하게 등록받은 특허가 소송에서 흔들리는 경우입니다. 거절이유를 빨리 극복하려고 청구항을 좁게 보정하거나, 의견서에 “우리 발명은 X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식의 한정을 써 버리면, 등록은 빨리 받지만 권리범위는 좁아지고 출원경과 금반언의 근거가 남습니다. 빠른 등록이 약한 권리로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4. 초고속 심사를 쓰기 전에 준비할 네 가지
첫째, 선행기술조사를 출원 전에 마치십시오. 일반 심사라면 심사관의 검색 결과를 보고 대응할 수 있지만, 초고속 심사에서는 출원인이 먼저 선행기술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청구항의 폭을 미리 조정해 두면, 1차 결과가 등록결정으로 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둘째, 독립항은 최소 구성으로, 세부는 종속항으로 나누십시오. 거절이유가 오더라도 종속항으로 후퇴할 여지를 남겨 두는 구조입니다. 독립항 하나에 모든 구성을 넣은 출원은, 거절이유가 오면 보정할 방향이 없어 한정 보정으로 몰립니다.
셋째, 용어를 명세서에서 정의하십시오. 한 달 안에 심사관과 소통해야 하므로, 청구항 용어의 의미를 둘러싼 불필요한 공방을 줄여야 합니다. “결합”이 간접 결합을 포함하는지, “모듈”이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는지 같은 정의 문장이 심사 속도와 권리범위를 동시에 지킵니다.
넷째, 거절이유 대응 시나리오를 출원 전에 세워 두십시오. 예상 거절이유(신규성·진보성·기재요건)별로 어떤 보정안과 의견서 논리를 쓸지 미리 정해 두면, 통지가 왔을 때 2개월이 아니라 2주 안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의견서에는 필요한 최소한의 논리만 담고, 권리범위를 스스로 좁히는 문장은 넣지 않습니다.
5. 어떤 출원에 쓰고, 어떤 출원에 쓰지 말아야 하는가
초고속 심사가 값어치를 하는 출원은 분명합니다. 해외 바이어와의 계약 조건에 등록 특허가 들어가는 경우, 해외 출원(PCT·개별국)의 우선권 기간 안에 국내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싶은 경우, 투자 유치나 정부 과제 신청서에 “등록 특허”를 기재해야 하는 경우, 그리고 경쟁사의 모방이 이미 시작되어 침해금지를 빨리 걸어야 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아직 제품 사양이 확정되지 않아 청구항을 넓게 열어 두고 시장을 지켜보고 싶은 출원, 선행기술조사가 되어 있지 않은 출원, 그리고 국내우선권주장출원으로 보완할 계획이 있는 출원에는 맞지 않습니다. 이런 출원은 일반 심사로 두고 시간을 사는 편이 권리에 유리합니다.
결국 초고속 심사는 출원 포트폴리오 전체에 적용할 제도가 아니라, 일정이 걸린 핵심 출원 한두 건에 선택적으로 쓰는 도구입니다. 출원마다 심사 경로를 다르게 설계하는 것, 그것이 이 제도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습관입니다.
마치며
초고속 심사는 “빨리 등록받는 제도”가 아니라 “준비된 출원을 빨리 심사하는 제도”입니다. 선행기술조사, 청구항 구조, 용어 정의, 대응 시나리오가 갖춰진 출원에게 1개월은 시장을 앞서는 시간이 되고, 그렇지 않은 출원에게 1개월은 약한 권리를 서둘러 확정하는 시간이 됩니다.
제이커브 특허법인은 법원 기술심리관 경험을 바탕으로, 빠른 심사에서도 소송을 견디는 청구항을 설계합니다. 수출 일정에 맞춰 초고속 심사를 검토 중이시거나, 어떤 출원에 어느 심사 경로를 적용할지 판단이 필요하시면 상담을 신청해 주십시오.
제이커브(J.Curve) 특허법인
대표 변리사 황지수
E.mail/ info@ipjc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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